감각의 제국
|
|
키치조우 역 / 후지 타츠야(Fuji
Tatsuya) |
순순히
자신의 목을 내맡기며 운명을 예감하는
남자. 어쩌면 그는 시대에 조응하지 못한
우리의 자화상이며 삶의 희비를 모두
달관한 아름다운 낙오자일지도 모른다. |
아베 사다 역 / 마츠다 에이코(Matsuda
Eiko) |
오시마
나기사 감독이 '아베 사다'를 소재로 한
영화의 여주인공을 구한다는 말이
전해지자 인기 히로인부터 무명 모델까지
수많은 여배우들이 출연의사를 전해왔다.
그만큼 '아베 사다'는 오랫동안 일본인들의
가슴에 남아있는 동정 어린 여자였고
배우라면 꼭 한번은 해보고 싶은
배역이었기 때문이다. |
그들의
소름끼치도록 아름다운 사랑...
1936년 5월 18일 동경 아라가와 구의
요정 '마사키'에서 한 남자의 시체가 발견된다.
수사 결과, 피해자는 나카노구에 있는 요정 '요시다야'의
주인인 이시다 키치조우, 가해자는 '요시다야'의
전 종업원이었던 아베 사다로 밝혀진다.
키치조우의 사인(死人)은 교살. 성기가 잘려져
있고, 이불과 시체에는 '사다와 기치, 둘이서
영원히'라는 문구가 붉은 피로 쓰여 있었다.
3개월 동안 밀애를 나누던 두 사람은 키치조우
부인의 눈을 피해 4월 23일 같이 도망을 나와 요정
'마사키'에 틀어박힌 후 애욕의 생활에
빠져들었다.
사다는 키치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영원히
자신의 남자로 남기기 위해 그의 목을 조르게
된다.
5월 20일 시나가와역 주변의 여관에서 체포된
사다의 손에는 종이에 꼭 싸인 키치조우의
성기가 쥐여 있었다. 그녀는 경찰에게 매우 침착한
태도로 '제가 아베 사다입니다'라고 이름을
밝혔다.
이 충격적이고 엽기적인 사건은 당시 일본
열도를 떠들썩하게 했지만 전쟁에 지쳐있던
사람들에게 호기심어린 사건으로 비춰졌고
동정어린 여론에 따라 아베 사다는 징역 6년형에
처해지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고소당한 오시마 나기사
1976년 6월 15일
출판사 삼일서적에서 영화의 사진을 포함한 <감각의
제국> 시나리오집이 발행
7월 28일
경시청 보안1과가 형법 175조에 해당하는 외설물
유포 용의로 적발(영화가 완성된 해에 경찰이
편집실과 오시마 나기사의 자택 수색 도중에
모든 자료들을 압류했다)
77년 8월 15일
동경지검이 삼일서적의 다케무라 사장과 오시마
나기사를 고소. <감각의 제국>을 둘러싼
기나긴 재판 시작.
78년 2월 27일
동경 지방재판소 검사 논고
"그는 우리를 우롱합니다. 그는 우리의
조직을 유린했습니다. 우리는 그가 그의 잘못에
대한 값을 치르도록 마음을 굳게 먹어야 합니다.
그의 영혼의 부정함과 그의 실제 생활에
있어서의 패륜은 자연에 위배되는 영상들에
책임을 져야하고, 또 우리는 오늘날 그런 탈선한
도덕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야 합니다. 그가
과연 예술과 포르노의 차이를 아는지요? 우리를
가치없는 길로 이끌고 광기와 혼란 속에
잠기기를 원하는 오시마 나기사는 분명 생각의
잘못을 저지른 것이며, 그는 싸구려 포느로
작가입니다."
79년 10월 19일
동경 지방 재판소가 무죄 판결 내림. 그러나 동경
지검은 이에 불복, 공소심을 신청, 첫 수색과
압류 이후 6년에 걸친 재판 이어짐.
82년 3월 4일
제5회 공판. 오시마 나기사는 1시간 10분 동안 '외설
무엇이 나쁜가'라는 제목으로 변론. "외설은
법관의 머리 속에 있는 것이며 정부에 대항하는
목소리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규정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주장.
82년 6월 8일
동경 고등재판소가 두 피고인의 무죄 인정.